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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힐다의 침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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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 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에 어느 날,
마을 영주님이 하녀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아 처녀 힐데가르트를 영주님의 하녀로 보냈죠.
계란 광주리를 품에 안고 씩씩하게 영주님의 탑으로 간 힐데가르트는
그곳에서 천사님을 만났습니다.

백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은 금발, 가장 맑은 날의 하늘처럼 푸르른 눈동자,
손에 쥐었다가 놓친 빛 조각보다 하얀 피부, 길고 늘씬한 사지…….
영주님의 미모에 홀딱 반한 그녀는 그날 이후 작정하고 영주님을 유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영주님은 기꺼운 마음으로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주었죠.

“이제부터 숫자를 세.”
“무슨 숫자요?”
“내가 너를 안는 횟수. 하루에 몇 번 안는지, 한 번 세봐.”

딱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피할 수 없는 함정.
가벼운 관계가 어느새 무겁게 영주님을 옥죄어왔습니다.

“나와 함께 숲에서 밤을 보낸 첫 번째 여자가 된 걸 축하한다, 힐데가르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장터 이야기꾼같은 말투가 엄청 호불호가 갈려.

나는 되게 취향에 맞아서 재밌게 봤음 ㅋ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판타지물인데,

합스부르크 왕가 시기와 중세 기독교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상상력이 결부되어서 성인동화를 읽는 느낌이야.

씬이 좀 노골적이고 격한데 그렇다고 스토리가 부족한 작품은 전혀 아님!

오히려 스토리는 내가 본 책들중에서도 손꼽히게 잘 뽑은 느낌.

이 책을 엄청 좋아해서 이 작가 책을 다 읽어봤는데, 좀 기복이 있는 편인 것 같더라..

다른 책은 내취향 아니었음...

남자주인공은 천사로 착각할 만큼 아름답지만 잔인하고 뒤틀린 성격의 성주님,

여자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성주님을 모시게 된 하녀인데

여자주인공 성격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음 ㅋㅋㅋ



2. 옷소매 붉은 끝동(★★★★★)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픈 궁녀도 있었다.
이상스레 서로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다가섰다. 그래도 다가서지 않았다.
어렵고 애매한 한 발자국씩을 나누며 습관처럼 제자리를 지켰다.

알쏭달쏭한 시절은 기쁨과 배신으로 어지러이 물들어 이지러지고,
이별과 재회는 어색한 질투와 상실감을 동반하였다.
잊은 척은 할 수 있어도 잊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무너진 감정의 둑은 운명을 뒤흔들 홍수가 되었다.

“내 천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너를 마음에 두었다. 그래서 너여야만 한다.”

하지만 선뜻 붙잡지 못할 붉은 옷소매가 달콤할 수만은 없고,
오히려 그 끝동은 오래도록 별러온 양 새침하게 밀고 당길 따름이었다.




이 소설은 사극로설 덕후인 내가 주저없이 최애라고 꼽을 수 있는 작품임!!!

정조와 의빈성씨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정조는 드라마이든 영화이든 로설이든 사극물에서 거의 사골급 단골손님이잖아

근데 이 소설이 그 많은 작품들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정조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생각함.

실제로 작가가 아주 오랫동안 사료를 참고해서 구상한 작품이라고 해

로맨스물에서 그려진 로맨티스트 정조와 정통사극에서 그려진 현실적이고

다소 냉정한 성정의 정조 간의 괴리를 가장 매끄럽게 연결했다고 생각함

그러다보니 로맨스소설 주인공이라기엔 설렘포인트가 거의 없다시피할 만큼 무미건조해 보일 수도 있어.

여자주인공 또한 기존의 사극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주체적이고 강단 있는 여성임.

특히 궁녀라는 점에서 그 독특함이 도드라지는 것 같아

여자주인공 주변인물들도 하나하나 매력적이고,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져왔던 정순왕후나 혜경궁 홍씨에 대한 표현도 인상적임

내가 읽은 로설들중에서 가장 극화될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무 현실적이고 애정표현이 적어서 로맨스물로는 좀 힘들수도...




3. 이상한 나라의 흰 토끼(★★★☆)



냉혹하고도 다정한 지배자 하트,
연쇄 살인마 매드해터, 이중인격 갱단 보스 트윈스……
이 모든 것은 ‘앨리스’의 등장 전에 한 여자가
역하렘 소설 『원더랜드』에 발을 들이며 시작되었다.

범죄자와 쓰레기들의 도시 원더랜드.
그곳의 심부름꾼이자 질서 유지자, 흰 토끼 소윤.
차원 이동자인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주인공 앨리스가 이야기를 끝맺는 것을 도우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지만 앨리스의 등장 이후에도
그녀의 것이었어야 할 남자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채 소윤의 곁을 맴돌고
그들의 집착과 맹목성은 정도를 더해 간다.

생존X귀향X사랑,
그 삼각지대에서 펼쳐지는 위험한 남자들의 구애!
이상한 나라의 흰 토끼, 그 마음의 행방은—?



요새 유행하는 차원이동물, 소설속으로 들어가는 여주인공 소설이긴 한데 분위기가 독특해서 좋아하는 작품임

역하렘물이라 취향 탈 것 같긴 하는데, 역하렘물 싫어하는 나도 부담없이 봤으니 괜찮을듯 여주가 줏대는 있어...

체험판 읽으면 알겠지만 바람난 전남친의 미친 바람상대한테 칼맞은 여주인공이

소설 속 원더랜드로 들어가서 온갖 생체실험을 당한 끝에

킬러 흰 토끼가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임.

로맨스소설치고는 지나치게 피가 튀고 살이 썰리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긴 한데

이런 잔인함이 이 소설의 매력이야 ㅋㅋㅋ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랑 이어지지 않아서 좀 아쉬운데,

남자주인공 세명 다 각기의 (잔인함과)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야

아 남주 세명 다 괴기스러울정도로 쩌는 집착력을 갖고 있으니... 싫은 분들은 패스해주세여...

.사실 여기에 제정신인 주연은 없음...



4. 수면 밑의 세계(★★★★)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전혀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곳에서 돋보이는 그를 알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그를 진짜로 안다고 말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가 굉장히 외향적이며 다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잠깐씩 보이는 그의 냉담한 표정에서 나는 그 다정함이 능숙함으로 가린 경멸과 무관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 대해 그렇게 정의를 내린 이후 일체 관심을 끊었고, 그를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환히 웃는 그의 눈빛을 보았을 때, 나는 왜 사람들이 그다지도 그를 탐하는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달로 휘어지는, 깊은 눈. 그의 눈을 들여다볼 때면, 울창한 숲이 떠오른다.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압도되는, 그런 숲. 단지 녹색과 갈색의 조화로운 빛깔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넉넉하고 안정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과 권태가 서려 있었다. 한때, 어렸던 나는 그의 울창함과 여유로움을 관찰하며 그것을 강력하게 탐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선은 불을 찾는 부나방처럼 그를 향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늘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숲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과연 그에게서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무엇을 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서글픈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까?
가뭄이 인 그의 영혼을 뭍으로 끌고 나오고 싶어 했던 걸까.
과연 그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일까.
아니, 나는 그저 그가 자유로워지길 바랐다.
물속에서 끊임없는 고뇌에 사로잡힌 그가 조금은 자유로워지길 바랐을 뿐이다



가난한 한인 이민자 2세이자 근로장학생인 여주와 미국 상류층중에서도 최상위에 군림하는 남주가 사립학교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임

문체나 소재에서 약간 옛날 할리퀸소설 느낌이 나지만,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두 주인공이 겪는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이 보임 아마 작가가 유학생인듯..

솔직히 이 소설의 남주는 내가 본 남주들중에 가장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가장 결핍이 심한 캐릭터라 조금 호불호가 갈림

보다 보면 뭐 이런새끼가 다 있나 싶을정도로 개썅놈스러울 때가 있음 초반에는..

로맨스소설이라기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음 작가가 남주의 정신적 성숙의 과정을 잘 보여줌

학창시절-대학교-사회인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학창시절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함 대학교 이후는 약간 신비감이 떨어져서 별 하나 뺐음..

그래도 외국인 남주물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임 원래는 외국인남주물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좋아했음



5. 어덜트 베이비(★★★★☆)


나이 서른.
평범한 회사원 지영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애인은 없지만
수상한 동거인 김완규가 있다.

“…선 안 보면 안 돼?”
“지금까지 내 말을 엉덩이로 들었어? 너 나가라고 할까 봐 이래?
결혼하면 이 집 너 주고 갈게!”
“누난, 변화구 못 치지?”
“변화구?”
“직구로 말할게. 할 거면 해. 나랑.”
“…너랑? 뭐를?”
“연애, 결혼, 떡정. 다.”

업어 키우다시피 한 열 살배기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쳐 어느덧 스물.
느닷없이 포지션을 바꾼 그가 아이가 아닌 남자로 다가온다.

“떡을 치든. 연애하고 결혼하든. 결혼하고 연애하든. 나랑 하자고. 그러니까 선보지 마.”



이건 많이 유명한 책인 것 같긴 한데, 남주가 10살 연하남임 굳이 정의하자면 연하물+역키잡물

오랫동안 짝사랑한 남자의 동생을 모종의 이유로 10년간 키운 여주가 그 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연하남물에 거부감 있는 사람한테는 소재부터가 진입장벽일듯.. 10살때부터 키워온애랑 연애라니...

그래도 작가가 필력이 좋아서 서사를 진행시키면서 과거를 교차해서 남주가 여주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많이 부여해줘

여주가 너무 말도 안되게 덜컥 넘어가지도 않고 10살차이 커플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제대로 묘사되어있어 

남주가 10살 연하라는 것 말고는 내용이 전체적으로 잔잔한 편인데 성애장면은 다소 노골적이고 대사 수위도 높음

남주와 여주의 메인서사도 좋지만 남주 형인 첫사랑과 여주의 서사도 기억에 남음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에 대한 번외가 있었으면 좋겠어...